[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 (3): 겹받침의 발음
다음 문장에서 밑줄 친 말의 발음은 어떤 게 맞을까요?
(1) 오늘은 날씨가 맑다[말따/막따].
우리말에서 겹받침의 발음은 겹받침이 쓰인 낱말의 어간이나 어근 뒤에 홀소리[모음]가 이어지는 경우에는, 받침으로 쓰인 두 개의 닿소리[자음]가 소리나므로 발음에 별 문제를 느끼지 않습니다.
(2) 맑아[말가], 앉아[안자], 밟아[발바], ···
그러나, 겹받침 뒤에 닿소리가 이어지는 경우에는, 겹받침의 앞 소리를 받침 소리로 발음해야 할지 뒷소리를 발음해야 할지, 아니면 두 소리를 다 내야 할지 망설여지는 때가 있습니다.
겹받침 다음에 닿소리가 이어지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겹받침의 ‘앞 소리’를 받침으로 소리내게 되어 있습니다.
(3) 넋과[넉꽈], 앉다[안따], 여덟[여덜], 넓다[널따], 외곬[외골],
핥다[할따], 없다[업따], ···
다만, ‘ㄺ, ㄻ, ㄿ, 밟-, 넓죽-, 넓둥-’의 경우에는 받침의 ‘뒷소리’가 나게 되어 있습니다.
(4) 흙과[흑꽈], 젊다[점따], 읊다[읍따], 밟다[밥따],
넓죽하다[넙쭈카다], 넓둥글다[넙뚱글다], ···
이 가운데 용언의 ‘ㄺ’은 ‘ㄱ’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이어지면 앞 소리 ‘ㄹ’이 소리납니다.
(5) 맑게[말께], 묽고[물꼬], 읽거나[일꺼나], ···
따라서 앞의 (1)의 보기에 쓰인 ‘맑다’는 [막따]로 소리내야 하고, ‘맑고’는 [말꼬]로 소리내야 합니다.
(1)' 오늘은 날씨가 맑다[막따].
(6) 날씨도 맑고[말꼬] 하늘도 푸르다.
보기 (1)은 ‘ㄺ’ 받침 다음에 ‘ㄷ’이 이어지는 환경입니다. ‘ㄺ, ㄻ, ㄿ’은 뒷소리가 발음된다고 하였고, ‘ㄱ’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이어지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뒷소리 ‘ㄱ’을 받침으로 발음하여 [막따]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6)은 ‘ㄱ’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이어지기 때문에 앞 소리 ‘ㄹ’을 받침으로 발음하여 [말꼬]로 소리내야 합니다.
(7) 어미 닭과[닥꽈] 병아리가 놀고 있어요.
그러나 (7)은 ‘ㄺ’ 받침 다음에 ‘ㄱ’이 이어지는 환경이긴 하지만, ‘ㄱ’이 쓰인 ‘-과’는 어미가 아니고 조사[토씨]입니다. 또한 ‘닭’은 용언(동사나 형용사)이 아니고 명사[이름씨]입니다. 따라서 뒷소리인 ‘ㄱ’이 받침으로 발음되어야 합니다.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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