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 (7) : 덥히다/데우다
‘덥히다’와 ‘데우다’는 모두 ‘덥다’의 사동사로 쓰입니다.
‘덥다’는 ‘더워’처럼 활용을 할 때 /ㅂ/이 탈락하는 ‘ㅂ-불규칙’ 용언입니다. ‘ㅂ-불규칙’ 용언의 경우는 현대 국어 이전에는 사동접미사 ‘-이-’가 결합했습니다. 그래서 ‘더럽다-더러이다, 어즈럽다-어즈러이다, 덥다-더이다, 어둡다-어두이다, 눕다-누이다’와 같이 /ㅂ/이 탈락한 뒤에 사동접미사 ‘-이-’를 결합하여 사동사를 파생하였습니다.
‘덥다’의 사동사 ‘더이다’의 경우는 ‘데이다/데우다/데오다’의 형태로도 나타나다가 ‘데우다’로 정착하였습니다. ‘데우다’는 ‘더(←덥)-이-우-다’로 분석할 수 있는데, ‘더-이-’가 ‘데-’로 축약되고 다시 사동접미사 ‘-우-’가 결합한 복합 사동접미사 형태입니다. 마치 ‘타다-태우다(타-이-우-다), 서다-세우다(서-이-우-다)’가 되는 것과 같은 형식입니다.
사동접미사의 형태는 ‘-이-’나 ‘-오/우-’가 쓰이다가 점차 음운이 첨가된 형태인 ‘-히-,-리-,-기-,-호/후-,-로/루-,-고/구-’와 같은 변이형태가 생겨 다양하게 쓰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이 제정되면서 ‘-이-,-히-,-리-,-기-,-우-,-구-,-추-’의 형태로 정리가 된 것입니다.
‘ㅂ-불규칙’ 용언은 현대국어 이전에는 ‘-이-’를 결합하였는데 현대국어에 이르러서는 ‘뽑히다, 잡히다, 업히다, 접히다, 간지럽히다, 괴롭히다, 굽히다, 더럽히다, 어지럽히다, 눕히다, 입히다, 좁히다’처럼 ‘ㅂ’이 탈락하지 않은 상태에서 ‘-히-’를 결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니까 ‘ㅂ-불규칙’ 용언 가운데 ‘-이-’를 결합하던 것들은 대부분 ‘-히-’를 결합하는 형태로 바뀌었는데 그 가운데 ‘누이다, 더이다/데우다’의 경우는 ‘누이다, 데우다’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눕히다, 덥히다’의 형태가 새로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눕다, 덥다’의 사동형으로 ‘누이다/눕히다, 데우다/덥히다’의 형태가 공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개의 단어가 꼭 같은 의미라면 언젠가는 어느 한쪽이 사라지게 되거나 어느 한쪽의 의미가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어쨌든 현재는 서로 공존하면서 경쟁하고 있는 셈이죠.
‘뎁히다’의 형태는 ‘덥히다’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하는데, 이것은 음운 현상 가운데 ‘ㅣ모음 역행동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어미’를 [에미]로, ‘아비’를 [애비]로 발음하고 ‘잡히다’를 [잽히다]로 발음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ㅣ모음 역행 동화’는 현재 표준발음에서 인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비표준발음이며, 맞춤법에도 맞지 않습니다. 물론 ‘뎊히다’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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