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 (102) : 비비대다/비벼 대다
여러분은 ‘비비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십니까? ‘비빔밥?’ 아니면 “숲 속의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하는 노래가 떠오르십니까?
그렇습니다. ‘비비다’는 ‘눈을 비비다, 밥을 비비다’처럼 쓰입니다. 그런데 이 말에 ‘대다’를 결합하면 ‘비비대다’가 맞습니까? ‘비벼대다’가 맞습니까? 둘 다 맞는 표기인데, ‘비벼 대다’는 띄어 써야 합니다.
‘대다’는 두 가지로 쓰이는데, 하나는 보조동사로서 동사 뒤에서 ‘-어 대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반복하거나 그 행동의 정도가 심함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소 떼를 몰아 대다. /소리를 질러 대다. / 아이를 놀려 대다. / 시끄럽게 떠들어 대다.
또 하나는 접미사로서 동작 또는 상태를 나타내는 일부 어근 뒤에 붙어서 동사를 만들어 ‘그런 상태가 잇따라 계속됨’의 뜻을 더하는 말입니다.
�� 뭉그적대다 / 복작대다 / 부스럭대다 / 비틀대다 / 빌빌대다 / 빤질대다 / 살랑대다 / 실룩대다 / 어기적대다 / 촐랑대다 / ······
따라서 ‘비벼 대다’는 ‘비비어 대다’가 준 꼴이고, ‘비비대다’는 ‘비비(다)’에 접미사 ‘-대다’가 결합한 꼴로, ‘두 물체를 맞대어 잇따라 마구 문지르다.’의 뜻입니다.
참고로, ‘비비다’의 뜻에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거나 아부하는 행동을 하다.’의 뜻이 있습니다. 성실한 노력이나 실력으로 승부를 겨루지 않고 윗사람이나 강한 자에게 손을 비비는 사람이 많은 현실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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