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 (103) : 애먼/애매하다
엉뚱한 사람에게 누명이 쓰일 때 “애먼 사람 잡지 마라.”라는 말을 합니다. 여기에서 ‘애먼’이라는 말이 맞는 말일까요?
‘애먼’이라는 말은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억울하거나 엉뚱하게 느껴지는’의 뜻을 지닌 관형사입니다.
(1) 애먼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지 마라.
(2) 애먼 사람만 욕을 봤다.
(3) 애먼 짓 하지 말고 네 할 일이나 제대로 해라.
‘애먼’과 거의 비슷한 뜻을 지닌 말로 ‘애매하다’가 있습니다. ‘애매하다’는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아 억울하다.’는 뜻의 형용사입니다.
(4) 그는 애매하게 누명을 썼다고 주장한다.
(5) 그러다 괜히 애매한 사람 잡겠다.
이와 같이 쓰이는 ‘애매하다’는 토박이말인데, 다음과 같이 쓰이는 ‘애매(曖昧)하다’는 일본식 한자말입니다.
(6) 문제가 애매한 것이 많아서 어려웠어요.
여기서 ‘애매하다’는 ‘어떠한 일이나 말이 확실하지 않고 알쏭달쏭하다.’의 뜻인데 같은 뜻을 지닌 ‘모호(模糊)하다’로 바꿔 쓰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같은 뜻이 겹치는 ‘애매모호하다’로 써서는 안 되겠죠.
(7) 설명이 모호하여 정확히 알 수가 없다.
(8)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모호한 태도를 보이지 말고 확실한 태도를 보여라.
모호한 태도를 보여서 괜한 오해를 받는 애먼 사람이 되지 않도록 누구나 노력해야 할 것이며, 애먼 사람이나 애매한 사람이 없는 바른 사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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