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엄마, 자는 이 아저씨 누구야?" 한때 직장 동료들끼리의 술자리에서 유행했던 농담이다. 가장과 아빠로서의 무거운 책임 안고 이 한 몸 쓰러지게 일해도 상장은커녕 하숙생 아니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라면 정작 가정에서의 내 자리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엄마의 따뜻한 품과 보호만큼 아이에게는 아빠의 관심 기울기도 절실히 요구됨을 상기하자.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라는 반푼짜리 생각에서 벗어나 진정한 '아빠'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10가지 방법.
1. 휴일은 '쉬는 날'이 아닌 '노는 날'로 만들어라
"아빠, 일어나세요. 자전거 타는 거 가르쳐 주시기로 했잖아요." "아, 오늘은 아빠도 쉬는 날이야. 제발 좀 자자." "아빠 쉬는 날이니까 같이 공원에 가요, 네?" 햇살 좋은 일요일 아침, 아이의 간곡한 부탁에도 숙취와 피곤을 이길 수가 없어 배개와 씨름을 벌인다. 모처럼 휴일을 그저 수면과 늘어짐으로 방치할지, 아니면 아이와 신나게 노는 날로 정할지는 오직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 하루를 당신의 아이는 일주일 내내 손꼽아 기다려 왔음을 상기하라.
2. 가르치기 위해 먼저 배워라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던 아이가 언제 저렇게 훌쩍 커버렸을까. 새삼스레 학교니 친구들이니 다정하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보지만 '갑자기 웬일이야' 하는 듯이 대충 건성건성 대답하는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아니, 그보다는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가야 할지도 막막하다. 부모 되기에도 배움은 필요하며 좋은 부모란 그런 꾸준한 노력으로 만들어 지는 것.
오늘 퇴근길에는 서점에 들르자. 책에서 그 해답과 방향을 찾아라.
3. 아이의 느티나무가 되라
'요즘 애들은 참 빨라.' 아빠의 어린 시절 토끼가 방아를 찧던 달나라에 이제는 여행도 갈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아빠와 아이의 사회적 환경과 성장배경이 다른
것은 당연지사.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의 입장에서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자. 당신의 기준에 의한 어울리지도 않는 구세대적 충고나 가치관으로 아이의 말을 막지 말라. 아빠는 아이의 느티나무. 그 아래에서 마음껏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가지로 그늘을 만들고 그 가지에는 그네를 만들어라.
4. 아내와 공조체제를 만들어라
세상의 오만 때를 다 묻히고 귀가한 퇴근길,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었지만 아이들은 쿵쾅쿵쾅 집안을 뛰어다니며 제멋대로이고 하루 종일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지친 아내의 표정도 그리 편안하지만은 않다. 드디어 참다못한 엄마의 꾸중이 시작되었다. 이때 피곤하다고 그저 수수방관하기보다는 무슨 일인지 파악하고 아내의 편에 서라. 엄마의 위엄을 존중하는 것은 곧 아빠의 위엄을 세우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런 엄마에게 핀잔주는 것은 최악의 자녀 교육이다.
5. 가족애의 소중함을 가르쳐라
아내가 며칠 전부터 콜록거리더니 결국 자리에 눕고 말았다. 덕분에 집안은 너저분하고 밥통도 텅텅 비어 있다. "자, 오늘은 아빠랑 맛있는 거 해먹자." 앞치마를 두르고 쌀을 씻으면서 아이들에게 하나씩 과제를 준다. 딸아이는 파를 다듬고 아들 녀석은 계란을 푸느라 여념이 없다. 된장찌개와 김치, 어설픈 계란말이가 전부인 저녁 식탁이지만 엄마의 웃는 얼굴에 집안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가족이 서로 돕고 사랑하는 것 이상의 훌륭한 교육이 또 있을까.
6. 매일 적어도 한 번씩은 아이들 쓰다듬어 주어라
모유가 좋은 이유는 그 영양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와 엄마가 나누는 체온과 스킨쉽 때문이기도 하다. 더 이상 갓난아이가 아니고 또 아빠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 아이가 시무룩해 보일 때에는 한 번 머리를 쓰다듬어줌으로써 아빠의 관심을 표시하고 낙담할 일이 있을 때에는 한 번 어깨를 툭툭 쳐주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자. 기쁠 때에는 꼭 끌어안아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 사랑이 넘칠 때에는 뽀뽀를 해주자. 한 번의 스킨쉽이 백 마디 말보다 낫다.
7. '바담풍' 하면서 '바람풍'을 바라지 말라
옛날에 혀가 좀 짧은 훈장이 살았다. '하늘 천, 따 지…'까지 좋았는데 '바람 풍'에 있어서는 '바담 풍'으로밖에는 발음이 안 되었다. 그래도 따라하는 서당 아이들에게 왈, "내가 '바담 풍'이라고 해도 너희들은 '바람 풍'으로 읽어야지"하며 야단을 쳤다. 매일 퇴근 후에는 TV 앞에 붙어살면서 아이들에게는 'TV는 바보상자'라고 가르치고 있지는 않는지, 자신은 아내의 말 한마디를 '잔소리'라고 치부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엄마 말 잘 듣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는지 자신을 되돌아봐라.
8. 아이와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라
"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내일 아빠가 아이스크림 사준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꾸중과 엄포보다는 요령 있게 잘 구슬리는 편이 낫다는 노하우를 지니게 된다. 게다가 아이들은 부모가 무슨 재벌 2세에, 철인 18호쯤이라도 되는 줄 아는지 이런저런 바람과 요구는 하루도 그칠 날이 없다. 아이스크림 한 통의 사소한 것이라도 약속은 약속. 지키지 못할 공약은 아예 내세우지 않는 편이 낫다. 아이들은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신뢰'를 부모에게서 배운다.
9. '팔방미인'이 아닌 '전문가'로 키워라
어느 아이든지 한 가지 정도의 장점은 가지고 있기 마련. 다른 집 아이가 뭘 잘하고 상장을 몇 개나 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 아이가 잘할 수 있고 남들보다 뛰어난 점 한 가지를 발견하도록 노력하라. 이 시대가 바라는 사람은 피아노도 잘 치고 태권도도 잘하며 그림도 잘 그리는 '팔방미인' 보다는 한 가지 분야에 충실한 '전문가'이다. 아빠의 사회적인 경험과 안목이 쌓인 시각을 이용해 그 장점대로 충분히 뻗어나갈 수 있게끔 충실한 안내자가 되라.
10. 아이에게 '베스트 프렌드'가 되라
연장자와 연소자, 선배와 후배 등 학교와 군대, 직장을 거치면서 남성들은 사회 안에서 수직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전 세대의 아버지 상(象)만 해도 말이 없고
엄격하게 그려졌다. 21세기에 어울리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면 아이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라. 생각은 물론 비밀도 서로 나눌 수 있는 수평적 관계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아빠의 권위가 땅에 내려앉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내세우는 권위는 아집과 독재일 뿐, 역할을 다했을 때 권위는 저절로 생겨난다.
(여성조선 배선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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