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 (6) : 한가위
우리의 고유명절인 추석은 가윗날, 가배일, 한가위, 중추절이라도 합니다.
‘가윗날’의 기원에 대해서는 <삼국사기>에 전해집니다. 신라 제3대 유리왕 9년(서기 32년)에 왕이 6부를 정하고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각 부 내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하여 두 패로 가른 뒤, 편을 짜서 7월 16일부터 날마다 6부의 뜰에 모여 길쌈을 하는데, 밤 늦게야 일을 파하고 8월 15일에 이르러 그 공이 많고 적음을 살펴서 지는 편은 술과 밥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게 사례하고, 이에 온갖 유희가 일어나니 이를 가배(嘉俳)라 한다고 하였습니다.
‘가배’의 어원은 ‘가운데’라는 뜻을 지닌 것으로 봅니다. 가배는 ‘가부, 가뷔’를 한자로 옮긴 것으로서 ‘가운데’란 뜻입니다. 옛말에서 가운데라는 말은 ‘가’로 쓰였고, 지금도 영남지방에서는 지금도 ‘가분데’라고 합니다. 또 ‘가윗날’을 ‘가붓날’이라고 하고, 8월 초하루에서 보름께까지 부는 바람을 “8월 가부새 바람 분다.”고 합니다. 이로써 미루어 볼 때 ‘가뷔, 가부’가 ‘가위’로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한’이라는 말은 ‘으뜸, 크다’의 뜻 이외에도 정(正)의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정 중심을 우리는 ‘한가운데’라고 합니다. 따라서 8월 한가위라는 말은 8월 중에서도 정 가운데란 뜻입니다.
가윗날이 신라 이래 국속으로 지속되었음은 중국에서 나온 <수서> 동이전 신라 조에 임금이 이 날 음악을 베풀고 신하들로 하여금 활을 쏘게 하여 상으로 말과 천을 내렸다고 하였으며, <구당서> 동이전에도 신라국에서는 8월 15일을 중히 여겨 음악을 베풀고 잔치를 열었으며 신하들이 활쏘기 대회를 하였다고 쓰여 있는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추석이라는 말은 <예기> 조춘일 추석월에서 나온 것이고, 중추절이란 말은 가을을 초추, 중추, 종추 3달로 나누어 음력 8월이 중간에 들었으므로 붙은 이름입니다.
한자말 ‘추석’이라는 말대신 신라시대부터 쓰여 왔던 ‘가윗날’, 한가운데라는 뜻의 ‘한가위’라는 토박이말을 살려 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천고마비의 좋은 절기에 새 곡식과 햇과일로 먹거리가 풍성한 만큼이나 우리의 마음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서 넉넉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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