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자료실 [유용한정보] 한말글(19): 가리키다, 가르치다 [2005-06-15 02:37:27] 글쓴이   (조이도미노) 조회수   3961 링 크   http:// [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 (19) : '가리키다', '가르치다' 제 아이가 다섯 살 때의 일입니다. 말을 배울 때부터 이 아빠 덕에(?) 늘 바른 말만 익혀 왔습니다. 그런데 그 바른말 배우기에 훼방꾼(?)이 생겼습니다. 아이는 이른 나이에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선생님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집안의 엄마 아빠보다 선생님의 말씀을 더 믿고 따르는 듯합니다. 그래서 늘 선생님의 말씀과 엄마 아빠의 말씀이 다를 때는 아이는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는데···’라며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려고 합니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아빠, 이거 선생님이 가르켜 주셨다.” “‘가르켜’ 주신 것이 아니고 ‘가르쳐’ 주신 거지.” “아니야. ‘가르켜’ 주셨다구.” “‘가르켜’가 아니고, ‘가르쳐’. ‘가르치다’라고 해봐.” “가르치다.” “그래, ‘가르치다’가 맞는 거야.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거야.” 그 다음날. “아빠, 선생님이 ‘가리켜 줄게요.’ 그랬어.” “그래, 다미는 그래도 ‘가르쳐 줄게요.’가 맞다는 걸 알고 있지?” “네, 가르치다.” 그러나 이 말버릇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말버릇은 그야말로 ‘버릇’이고 ‘습관’기 때문에 그 버릇을 고치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말을 배우려고 하는 단계에서 그 잘못된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이는 아빠의 끈질긴 노력에 처음에는 ‘왜 아빠의 말과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의 말이 다를까’ 의아해 하는 눈치더니 이제는 아빠의 교정에 곧잘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합니다. 저는 아이에게는 좀 귀찮은 일이겠지만 바른말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그때 그때 바르게 고쳐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아이는 말을 할 때 아빠가 교정해 준 말이 아닌 주변에서 쓰는 틀린 말을 발음했다가도 제 스스로 바로잡아 말하는 습성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꽤 많은 말들이 바로잡아져서 이젠 틀리지 않고 바로 교정된 말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말버릇은 버릇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많은 사람들이 ‘가르치다’를 ‘가르키다’, ‘가리치다’ 또는 ‘알으키다’로 말하는 것은 주변의 다른 말들과 연관지어 유추하는 습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가르치다’와 비슷한 발음의 말로 무엇을 지적하여 나타내는 경우에 쓰는 ‘가리키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어간 ‘가리-’에 영향을 받아 ‘가리치다’로 발음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또한 ‘*알으키다’(내가 알으켜 줄게.)의 경우는 ‘가르치다’라는 말뜻이 ‘모르는 것을 알게 해주다’라는 뜻이 있으므로 ‘알다’의 어간 ‘알-’에 ‘일으키다’의 ‘-으키-’를 결합하여 ‘알으키다’의 형태로 쓰는 듯합니다. 바른 인성과 참된 지식을 가르치지 않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서는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형배]       이전글 - [유용한정보] 한말글(20): 부딪히다/부딪치다   by.   다음글 - [유용한정보] 한말글(18): \'설밑\'과 \'송년회\'   by.  글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