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자료실 [유용한정보] 한말글(20): 부딪히다/부딪치다 [2005-07-18 17:59:53] 글쓴이   (조이도미노) 조회수   7922 링 크   http:// [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20) : 부딪히다/부딪치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어떤 말을 가려 써야 할까요? (1) 나는 잠깐 한눈을 팔고 걸어 가다가 가로수에 부딪치고/부딪히고 말았다. 우리말에는 위와 같이 실제 발음이 같거나 비슷하여 말글살이에서 헛갈리는 말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그 말을 들여다보면 금세 그것을 구별해 낼 수 있습니다. 위의 보기 (1)에 보인 ‘부딪치다’와 ‘부딪히다’를 살펴보면, 그 다른 점은 ‘-치-’와 ‘-히-’입니다. 그리고 ‘-치-’와 ‘-히-’를 빼고 나면 ‘부딪다’라는 말이 남습니다. ‘부딪다’는 ‘(물건과 물건이) 서로 힘있게 마주 닿다.’는 뜻입니다. ‘벽에 몸을 부딪다.’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치-’와 ‘-히-’는 어떤 뜻을 가지고 있을까요? ‘-치-’는 동사의 어근 뒤에 붙어 그 동작에 힘을 더하는 뜻을 나타내는 강세 접미사입니다. ‘덮-치-다, 밀-치-다, 솟구-치-다’와 같은 말에 쓰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각각 ‘덮다, 밀다, 솟구다’의 뜻에 힘을 실어주는 뜻을 갖습니다. 따라서 ‘부딪-’에 ‘-치-’가 결합하였으니 ‘부딪다’의 뜻에 더 강한 힘을 더해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히-’는 동사나 형용사의 어근 뒤에 결합하여 ‘움직임을 입다(당하다)’의 뜻을 나타내 줍니다. 이것을 ‘피동 접미사’라고 합니다. 현대국어에서 쓰이는 피동접미사에는 ‘-이-, -히-, -리-, -기-’ 등이 있습니다. ‘깎-이-다, 잡-히-다, 깔-리-다, 뺏-기-다’ 등은 각각 ‘깎다, 잡다, 깔다, 뺏다’라는 동사의 움직임이 당하는 뜻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부딪-’에 ‘-히-’가 결합한 ‘부딪히다’는 ‘부딪는 움직임을 당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피동사입니다. 그러면 다시 보기 (1)로 돌아가서, 움직임의 주체인 주어 ‘내’가 길을 걸어 가다가 가로수에 ‘부딪음을 당한 것’을 나타내는 것이니까 다음과 같이 ‘부딪히다’를 써야겠지요. (2) 나는 잠깐 한눈을 팔고 걸어 가다가 가로수에 부딪히고 말았다. ‘부딪치다’는 스스로 움직임을 하는 능동의 경우에 써야 하고 ‘부딪히다’는 움직임을 입는 피동의 경우에 써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문장은 어떤 경우에 쓰는지 구분해 보세요. (3) 차를 몰고 가다 내 차가 뒤 차에 부딪혔다. (4) 차를 몰고 가다 내 차가 앞 차를 부딪쳤다. (5) 차를 몰고 가다 내 차와 앞 차가 부딪쳤다. 위의 문장은 모두 두 움직이는 물체 ‘차(뒤차)’와 ‘차(앞차)’가 부딪는 상황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그 부딪는 움직임의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부딪히다’와 ‘부딪치다’는 선택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즉, 위의 보기 (3)은 ‘내 차’의 입장에 초점을 두어 서술한 경우입니다. ‘내 차’의 입장에서는 ‘부딪음을 당한’ 경우이기 때문에 ‘부딪다’의 피동사 ‘부딪히다’를 사용하여 표현하였습니다. (4)의 경우에는 움직임의 주체인 ‘내 차’가 능동적으로 움직여 앞 차를 부딪었으므로 그 강세를 나타내기 위해 동사 ‘부딪치다’를 사용하였습니다. (5)의 경우에는 움직임의 주체를 어느 한 쪽에 놓지 않고 두 움직이는 물체 간의 부딪음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둘 다 능동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역시 동사 ‘부딪치다’를 썼습니다. 다시 한번, 움직이는 행위의 초점을 어디에 두고 서술하느냐에 따라 능동과 피동으로 구분되는데, 전체 표현이 움직이는 주체 즉, 주어의 입장에서 당함을 나타내는 표현에는 ‘피동’을 사용하게 됩니다. 비슷한 보기로 ‘받히다’와 ‘받치다’를 들 수 있습니다. (6) 나는 소 앞에서 장난을 치다가 쇠뿔에 배를 받히고 말았다. (7) 우산을 나란히 받치고 가는 모습이 다정해 보인다. (6)의 경우에는 움직임의 주체인 나의 입장에서 소에게 받음을 당한 것이니까 피동사 ‘받히다’를 사용하였습니다. (7)의 경우에는 움직임의 입음이 나타나 있지 않고 ‘받다’의 힘을 더해주는 강세의 뜻이 있으므로 ‘받치다’를 사용하였습니다. 우리말에는 이와 같이 실제 발음에 있어서 같거나 비슷한 말이 많이 있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그 말을 쪼개어 보면 상황에 맞는 바른 말을 골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김형배]       이전글 - [유용한정보] 한말글(21): 못 살다/못살다   by.   다음글 - [유용한정보] 한말글(19): 가리키다, 가르치다   by.  글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