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 (82) : 멋도 모르면서?/무엇도 모르면서!
우리는 자주 상대방이 뭘 모르고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낮잡아 말할 때 ‘멋도 모르면서’라는 말을 합니다.
(1) 멋도 모르면서 설치지 좀 마라.
(2) 멋도 모르면서 비난하기는······.
(3) 멋도 모르면서 그냥 해보는 소리지.
(4) 멋도 모르면서 그런 일에 동조했다고 치자.
(5) 저희들끼리 멋도 모르고 좋아한다.
그런데 ‘멋도 모르면서’에서 ‘멋’이 무엇일까요? ‘아름다움’이나 ‘고상함’을 뜻하는 ‘멋’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이 말은 ‘무엇’의 준말인 ‘뭣’일 겁니다.
(6) 무엇도 모르면서 설쳐대다니······.
(7) 무엇도 모르면서 친구랑 목이 빠져라 보았다.
(8) 무엇도 모르면서 지껄이는 위선적인 말들에 이젠 진저리가 난다.
(9) 뭣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기는······.
(10) 뭣도 모르면서 꿈에 부풀어 있어요.
(11) 뭣도 모르면서 막말을 해댔다.
(12) 뭣도 모르면서 대충 쓰고 나왔다.
(13) 국적포기에 대해 뭣도 모르면서······.
그러니까 ‘무엇도 모르면서’의 ‘무엇’을 줄인 ‘뭣’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멋’으로 잘못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의 준말은 ‘뭣’이지 ‘멋’이 될 수 없습니다. ‘주었다’의 준말이 ‘줬다’는 될 수 있지만 ‘젔다’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그러나 ‘무엇’의 준말로 ‘머’를 인정하고 있고, ‘무엇하다’의 준말로도 ‘멋하다’를 인정하고 있어서 ‘무엇’의 준말로 ‘멋’을 인정할 수 있을 법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 ‘무엇’을 ‘멋’으로 말하고 쓰는 이유 중의 하나는 ‘무엇’의 옛말 형태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무엇’은 ‘므스것 > 므섯 > 므엇’의 과정을 거쳐 변화해 오다가 원순모음화에 의해 ‘무엇’으로 바뀐 말입니다. ‘므엇’의 준말은 ‘멋’이 될 수 있는데, 이 형태가 지금껏 쓰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무엇도 모르면서’ 지껄이고 설쳐대지 말고 ‘무엇을 알면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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