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 (87) : 괴발개발
흔히들 글씨를 마구 휘갈겨 쓴 모양을 보고 ‘개발새발’ 썼다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개발쇠발’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럴 땐 ‘괴발개발’이라고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있다가 간 뒤로 칠판에는 괴발개발 어지럽게 낙서가 되어 있었다.
‘개의 발’이나 ‘새의 발’ 또는 ‘소의 발’처럼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써 놓았다고 그렇게 쓰는 듯합니다.
‘괴발개발’에서 ‘괴발’은 ‘고양이의 발’입니다. 물론 ‘개발’은 ‘개의 발’입니다.
‘괴’는 ‘고양이’의 옛말입니다. ‘괴’는 다음과 같은 속담에도 쓰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괴 목에 방울 달고 뛴다 :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달아난다는 뜻으로, 우둔하게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을 풍자하여 이르는 말.
괴 밥 먹듯 한다 : 음식을 이리저리 헤집어 놓고 조금만 먹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식혜 먹은 괴 상 (같다) : 잔뜩 찌푸린 얼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북한에서 쓰는 말로 ‘괴 딸 아비’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고양이의 딸의 아비’라는 뜻으로, 그 내력을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글씨를 쓰는 일도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일이므로 아무렇게나 ‘괴발개발’ 쓰지 말고, 남이 알아볼 수 있게 올바른 말을 바르게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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