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 (88) : ‘옳바르다’는 ‘올바르지 않다’
다음 문장을 살펴 봅시다.
(1) 현재 사태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2) 그는 여러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고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해 왔다.
(3) 선생님의 태도는 늘 올발랐다고 생각해.
위 문장에 쓰인 ‘올바른, 올바르게, 올발랐다고’는 모두 ‘올바르다’의 활용인데, 표기가 ‘옳’이 아니고 ‘올’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바르다’는 ‘말이나 생각, 행동 따위가 이치나 규범에서 벗어남이 없이 옳고 바르다.’의 뜻입니다. ‘올바르다’의 뜻에 ‘옳다’는 말이 있기 때문에 이것에 유추하여 ‘옳바르다’고 잘못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올바르다’는 ‘옳고 바르다’의 뜻에서 연결어미 ‘-고’가 떨어져 나가고 두 개의 말이 붙은 꼴입니다. 그런데 왜 ‘옳’로 표기하지 않고 이 ‘올’로 표기할까요?
‘옳다’라는 말의 어간 ‘옳-’에 여러 어미가 결합할 때, ‘ㄱ, ㄷ, ㅈ’로 시작하는 말이 이어지면 앞말은 [올]로 발음되고 남은 [ㅎ]은 뒷말과 결합하여 거센소리 [ㅋ, ㅌ, ㅊ]가 됩니다. 그리고 그 밖의 자음이나 모음이 이어지면 ‘ㅎ’은 소리나지 않습니다.
(4) 옳고[올코], 옳다[올타], 옳지[올치]
(5) 옳습니다[올씀니다], 옳아[오라], 옳은지[오른지]
‘ㄱ, ㄷ, ㅈ’와 ‘ㅎ’이 만나서 ‘ㅋ, ㅌ, ㅊ’가 되는 것처럼, ‘ㅂ’도 ‘ㅎ’과 만나면 거센소리 ‘ㅍ’이 됩니다. ‘굽히다’의 발음이 [구피다]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옳-’에 ‘ㅂ’으로 시작하는 ‘바르다’가 이어지면, 이것의 발음은 [올파르다]가 되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들 [올바르다]로 발음하고 있는데 이것을 규칙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옳바르다’로 표기하면 발음은 [올파르다]가 되어야 하고, [올바르다]로 발음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실 발음을 표기에 반영하여 ‘올바르다’로 하는 것입니다.
이는 ‘몇’과 ‘일’이 만났을 때 [면닐]로 소리나지 않고 [며칠]로 소리나는 것을 표기에 반영하여 ‘며칠’로 적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꽃잎’이라는 말은 [꼰닙]으로 발음합니다. 그런 원리로 ‘몇일’로 적으면 [면닐]로 발음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어의 음운 규칙입니다. 그러나 현실 발음에서는 결코 [면닐]로 발음하는 일이 없고 [며칠]로 발음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말의 표기도 ‘며칠’로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표기해야 [며칠]이라는 발음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바르다’도 현실적으로 발음하고 있는 [올바르다]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옳바르다’로 표기해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올바르다’로 적는 것입니다. 올바른 생각을 하고 올바른 말글로 표현하는 일이 곧 올바른 삶의 자세가 아닐까요?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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