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 (89) : ‘말발’과 ‘이빨’
“그 사람 참 말발 세데.” 또는 “이번에는 영 말발이 안 먹히네.” 이런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여기에서 ‘말발’이라는 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그 말을 따르게 할 수 있는 말의 힘’으로 풀이됩니다. ‘말발’에서 ‘발’은 ‘기세’ 또는 ‘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입니다. ‘끗발’이라는 말에서도 쓰입니다.
‘발’이 어떤 때는 ‘효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이기도 하는데 ‘약발’이나 ‘화장발’에 나타납니다. ‘약발’은 ‘겉으로 나타나는 약의 효험’으로 풀이되는데 “약발이 잘 받는다.” 또는 “약발이 잘 듣는다.”처럼 쓰입니다.
또한, ‘빗발’이나 ‘오줌발’의 ‘발’은 ‘죽죽 내뻗는 줄’의 뜻입니다. ‘핏발, 햇발, 눈발, 서릿발’에도 나타납니다. ‘핏발’은 ‘몸의 한 부분에 피가 몰려 붉게 된 결’이고, ‘햇발’은 ‘사방으로 뻗친 햇살 즉, 해가 내쏘는 광선’입니다. 여기에 쓰인 ‘발’의 어원은 신체 부위의 ‘발[足]’에서 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이빨’의 옛말은 ‘닛발’이었는데 치아의 옛말 형태 ‘니’에 사이시옷과 ‘발’이 결합한 꼴입니다. 이 말이 뒤에 ‘잇발’로 쓰이다가 지금은 ‘이빨’로 바뀐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빨’에서의 ‘빨’은 ‘발’에서 온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발’은 ‘빗발, 오줌발’의 ‘발’과 같은 어원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빨’은 ‘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므로 점잖게 말할 때나 웃어른에게는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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